IBM e-비즈니스 전략 : 타협속의 경쟁

출처 : http://www.kdn.com/webzine/back/02_06/global.jsp

81억불의 적자, -5.7%라는 ROI(Return On Investment)지표는 IBM이 93년 당시 겪어야 했던 경영침체를 말해주는 어두운 단면이다. 90년대 중반까지 컴퓨터 하드웨어와 부품 제조에 역량을 기울여 왔던 IBM은 이후 자사의 핵심 e-비즈니스 서비스와 솔루션을 재정의하면서 가치사슬 내의 주활동과 지원활동을 명확히 구분해 나간다. 자사 PC사업 부문을 아웃소싱하고 재정립된 핵심 역량 외의 상당 시설을 매각했던 것은 이런 IBM 공급 사슬을 재구축하는 과정의 하나였다. 그 결과 새로 창출된 IBM e-비즈 전략은 이른바 'Dynamic E-Business'에 입각한 데이터와 표준기반 환경상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적인 통합, 기업간/기업내 웹서비스 상의 재가용 규격(re-usable code)을 지향하게 된다.

The Open Strategy Dynamic E-Business

2001년 초에 발표된 'Dynamic E-Business'는 IBM 자사의 새로운 웹기반 개발 플랫폼으로 모든 개방형 인터넷 표준을 지원한다. 이는 IBM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XML처럼 표준화시켜 적용하고 하나로 결합시키기 위한 것으로, 미들웨어 인프라에 걸쳐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는 개방형 인터넷 표준기반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그 중 웹스피어(Web Sphere)기반의 웹서비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호스팅 및 활용분야, DB2를 기반으로 하는 웹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 관리와 접근 기능분야, Tivoli 기반의 웹애플리케이션 가용 및 보안기능 분야 등의 소프트웨어들은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시켜온 핵심 솔루션들이다.

웹스피어는 UDDI(Universal Description, Discovery and Integration), SOAP(Simple Object Access Protocol), J2EE, WSDL(Web Services Description Language)등을 지원하며, CRM, B2B, 기업 포탈 서비스, 무선 인터넷 활용, 지식 관리, 기업 애플리케이션 통합 등을 실현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웹애플리케이션 서버(WAS) 분야의 경우 99년 당시 IBM의 시장 점유율은 'BEA시스템즈'의 '웹로직'의 절반인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비약적인 성장으로 2000년에는 30%까지 끌어 올려 선두 자리를 추격하고 있으며, 특히 아·태지역에서의 웹스피어 판매 신장률은 무려 258%에 이르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상당 고객이 유닉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조건이 좋다. 이에 따라 IBM은 특별한 전략 수립보다는 기존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에서 영업 및 마케팅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DB2는 Business Intelligence, 업무처리, 광범위한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산업별로 특화된 개방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제공하며, 확장성과 가용성이 우수하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에 의하면 IBM은 작년 전체 DB시장에서 오라클을 제치고 34.6%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고 한다. DB2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유닉스와 윈도우 시장에서 두 자리 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아ㆍ태 지역의 3대 유닉스 서버 시장인 중국, 일본, 한국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구체적인 목표 설정으로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체 웹서비스 운영환경 실행을 감독할 수 있는 'Tivoli Web Service Manager'는 정해진 규격 내에서 웹서비스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Tivoli사업에 있어 보안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 IBM은 작년 말 국내 6개 보안업체의 솔루션과 LG-IBM의 서버 XSeries를 결합해 Tivoli Risk 관리 기반 통합 보안패키지를 출시했다.

제휴와 상생, 그리고 경쟁

IBM의 전략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다수의 소프트웨어 업체와 파트너쉽을 형성하는 '통합과 포용'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치열한 e-비즈 전선에서 생존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심 역량간의 최적의 결합이라는 시도는 IBM 기업활동 곳곳에서 발견된다.

일례로, 지난 2001년 4월 IBM은 데이터 전문기업인 인포믹스 소프트웨어의 자산을 10억불에 인수했다. 인포믹스 고객으로서는 IBM 개방 플랫폼 전략 선상의 전세계 주요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들과의 방대한 제휴를 통해 이익 창출이 가능해졌다. 한편, IBM은 이를 통해 DB2 Universal Database의 향후 버전에 인포믹스의 기술을 통합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 IBM의 분산 데이터 베이스 매출은 2001년 1/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6%의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무선영역에서는 오픈웨이브와 10년 계약의 사업제휴를 지난 5월에 체결했다. 제휴의 골자는 IBM의 e-비즈니스 인프라 구조와 오픈웨이브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개방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구축·판매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CRM에서는 시벨과, 제품정보관리(PDM), CAD에서는 다쏘시스템, 공급망관리(SCM) 분야에서는 i2테크놀로지와 제휴하는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제휴를 통해 IBM 웹서비스 시너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웹서비스는 시스템간 포트 표준이 다른 특성으로 인해 호환성 문제를 야기시키며 이에 따라 막대한 거래비용이 들어간다. 웹서비스 상에서의 게임은 이제 결국 배타적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생을 위한 플러스 섬이어야 함을 업계는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 속에서 IBM이 최대 경쟁업체인 MS가 주도한 Web Services Interoperability Organization(WSIO)에 참여하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올 2월에 출범한 이 기구는 2달여 동안 무려 100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거대 포럼의 성격을 띄어가고 있다.

또한 MS와 SUN이 각각 웹서비스 표준을 놓고 '.NET'과 'J2EE'의 양대 대결구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IBM은 4000 만불을 투자해 자바 기반의 오픈소스 지향 소프트웨어인 'Eclipse'로 '.NET'을 여전히 견제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화해와 통합 표준화라는 부드러운 미소 속에 드리운 자사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IBM의 e-비즈니스 전략은 개방적 표준규약과 정보처리 상호운용의 가능성(interoperability) 지향, 통합과 상호연계라는 경쟁의 틀 속에서 본연적으로 파생되는 자사 핵심역량과 관련된 실리를 쫓아 놓치지 않겠다는 '타협 속의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