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base.sarang.net
UserID
Passwd
Database
DBMS
MySQL
PostgreSQL
Firebird
Oracle
Informix
Sybase
MS-SQL
DB2
Cache
CUBRID
LDAP
ALTIBASE
Tibero
DB 문서들
스터디
Community
공지사항
ㆍ자유게시판
구인|구직
DSN 갤러리
도움주신분들
Admin
운영게시판
최근게시물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3423 게시물 읽기
 
No. 3423
술먹은 날 새벽녘의 속쓰림을 나는 사랑한다
작성자
문태준(taejun)
작성일
2003-03-11 23:46
조회수
2,522

술먹은 날 새벽녘의 속쓰림을 나는 사랑한다

 

2003. 3. 11. 술먹지 않는 밤에.

문태준 http://tunelinux.pe.kr http://database.sarang.net

 

나는 술을 많이 먹고 난 다음날 새벽녘의 그 속쓰림을 사랑한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세상속에서 가끔은 세상 모든 것을 잊고 미치도록 위에 간에 술을 쏟아붓는다. 비가 오는 흐린날에는 알 수 없는 애절함에 달콤하면서 쓴 소주 한잔 생각이 미치도록 난다. 어느덧 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술한잔 하자며 친구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알코올에 점점 더 나의 몸과 마음은 녹아버리고 세상이 희미하게 다가온다. 술에 취해서 때론 지나간 옛 사랑에 대한 미칠 것 같은 그리움에 울고 싶기도 하고 때론 개같이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서 울분을 토하고 때로는 그저 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그냥 소시민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저 거친 현실과 맞부치면서 살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새벽은 깊어가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다.

 

어느덧 잠이 깨고 새벽에 먹었던 알콜이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나의 몸안 곳곳을 찔러댄다.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먹었나 후회하지만 그렇게 나의 감각이 나의 몸이 살아있다는 것에 때로는 아프면서 즐겁기도 하다. 주어진 길로만 가라고 강요하고 영어 단어 하나라도 더 열심히 외워 경쟁력을 가진 노동자가 되라고 경쟁력과 속도만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가끔은 그렇지 못하고 처참하게 망가지는 것이 나는 좋다.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 가고 도서관에 열심히 다니면서 열나게 토익 공부하여 좋은 직장 잡아 적당한 아가씨 골라서 장가가는 길이 있다면 적당히 공부하여 적당히 학교 가고 어떻게 운좋아서 그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니는 길도 있을 수 있다. 뒤의 길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갈 수는 없고 각자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는 것고 그것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운동을 갔다가 직장가고 퇴근하고 나서 영어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처럼 새벽까지 술먹고 망가져서 아침에 쓰린 속을 붙잡고 일어나 비실비실 직장을 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등을 한 놈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가 1등을 하기 위해서 남을 짓밟고 자기 혼자만 살기 위해서 올라가는 놈은 싫다. 현실이 그러하니 빵빵한 우리 집에 맞게 빵빵하게 혼수를 해오는 것을 바라면서, 서로의 집안과 조건을 따지면서 결혼하는 놈은 싫다. 신경림의 시처럼 정말로 사랑하면서도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그 슬픔 때문에 새벽 깡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난 더 좋다. 사랑보다 조건을 더 따지는 사람보다는 떠난 애인 때문에,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 때문에 술을 마시며 혼자서 눈물 짓고 깽판 치는 사람이 더 좋다. 주어진 대로 각 잡고 사는 사람보다는 욕을 먹어도 새벽까지 술 먹고 망가질 수 있는 사람이 난 더 좋다. 멋있고 화려한 호텔의 바에서 내 한달치 월급보다도 더 비싼 양주를 먹는 놈 보다는 시장 골목에서 순대 한접시에 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난 더 좋다. 하루하루 벌어서 생활하는 우리 형보고 너는 왜 그렇게 사냐 좀더 좋은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하는 사람보다는 내가 노동력 팔아서 당당하게 사는데, 내가 노동해서 저 거대한 빌딩을 만들고 세상을 만드는데 당신이 뭐냐고 갈겨댈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장애인을 보고 참 불쌍한 사람이라고 연민의 정을 보내기 보다는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고 그들을 우리 사회의 일부분으로 우리의 동료로 인정하는 사람이 좋다. 이주노동자를 보면서 저 깜둥이들, 욕먹지 않으려면 참고 일이나 하지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아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그들 또한 나와 다른게 없는, 나와 똑같은 노동자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난 좋다. 아이들을 보면서 꼬맹이가 뭐 알아하면서 나이만 가지고 폼을 잡는 사람보다는 나이는 어려도 그들을 독립된 주체로서 같이 이야기하려는 사람이 난 더 좋다.

 

앞으로도 술을 많이 먹고 난 다음날 새벽녘의 그 속쓰림을 사랑할 것 같다. 누가 머라 해도 난 이렇게 살아갈거다. 요즘 젊은 놈들은 술을 먹지 않아서 술마신 날의 쓰라림과 고통을 모른다고 한탄하는 한 시인의 말을 머릿속에 깊이깊이 아로새기면서 살거다.

[Top]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430꽃동네 다녀와서.... [5]
엄기성
2003-03-15
1905
3426다연이와의 데이트 [2]
seha
2003-03-14
2043
3428┕>Re: 다연이와의 데이트
엠브리오
2003-03-15 11:37:09
1825
3424[무료세미나]Oracle SQL Tuning 기술세미나!!
넷칼리지
2003-03-12
1800
3423술먹은 날 새벽녘의 속쓰림을 나는 사랑한다
문태준
2003-03-11
2522
3414써니 상경.. this weekend [3]
써니
2003-03-07
1878
3410많이 아프네요 [7]
김명화
2003-03-05
1881
3406상기님 아빠가 되신것을 축하합니다
문태준
2003-03-03
1825
Valid XHTML 1.0!
All about the DATABASE... Copyleft 1999-2024 DSN, All rights reserved.
작업시간: 0.018초, 이곳 서비스는
	PostgreSQL v16.2로 자료를 관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