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유난히 더뎠다.
신문을 보면서 발견한 시인데 너무 좋네요.
0과 1의 디지털의 세계에서 벗어나 저 아름다운 자연과 문학과 시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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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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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log.naver.com/poetry01.do?Redirect=Log&logNo=60011468540#
봄
이성부(李盛夫)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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