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몸살과 삶의 여유, 강박관념
2005.5.7 (토) 하늘 맑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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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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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수요일 밤 업체에 가서 일을 하다가 새벽 3시 반에 끝났다.
서비스쪽 일을 하다보니 일을 마치는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날도 그런 경우였다.
잠시 잠을 청하고 아침 일찍 또 나가서 일을 했다.
그런데 밤을 새면서 자꾸만 기침이 나더니 목요일이 되니 기침이 심해지고 온몸에 힘이 없었다. 감기몸살에 걸린 것이다.
3월과 4월에는 등산도 매우 자주 가고 평소에도 많이 걸어다녀 건강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불쑥 감기가 찾아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건강한 체질이라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 편인데 아마도 5-6년만에 감기에 걸렸을 것이다.
전날 잠을 제대로 못잤고 감기에 걸려 피곤했지만 일을 마무리하려니 어느새 6시가 되었고 금요일은 오전에 일을 마치고 일찍 퇴근을 하였다.
밤샘작업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 몸이 아파서 일찍 퇴근한것은 아마도 거의 처음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덕분에 목금토 계속 약속이 있었는데 모두 취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근 몇년만에 내가 약속을 하여 모임을 잡은것도 있었는데 어쩔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여 근일주일 정도를 아무 약속없이 보내게 되었다.
토요일날은 이틀정도 잠을 푹자고 오전에 약을 먹어서 그런지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약속이 있어서 나가고 싶었지만 이럴때 무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고 집에 꼬옥 박혀있었다.
일요일날은 밖에 나갔지만 사람들과의 뒤풀이자리에서 술은 가급적 자제를 하였다.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의 일주일을 술자리를 하지 않고 참은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여러가지 하는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주말이 되어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어디든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은 항상 우리가 ㅉㅗㅈ기면서 산다는 생각이 든다.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사는것 자체가 단점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의식중에 항상 무언가 해야하고 항상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을 한다.
요즘은 그나마 음악을 조금씩 듣는데 그냥 음악만 듣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아니면 어떤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음악이 귀에 잘 들어올 수가 없다.
굳이 무엇을 하는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냥 편안히 앉아서 조용한 또는 신나는 음악에 나의 감정을 실어보고 느끼는것.
이것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TV를 보면서는 그냥 파묻혀서 보고 있다.)
이것이 너무 거창한 생각인것 같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끊임없이 개인의 경쟁력을 요구하고 속도를 요구하고 있는데 스스로도 거기에 익숙해져있고 매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봐도 당장 실용적인 학문이나 일에 연관된 것은 보지만 시와 소설책은 어디론가 내팽개쳐져있다.
등산을 하자.
등산을 하되 저 정상 꼭대기를 보는게 아니라 산기슭에 숨어있는 저 아름다운 풀한포기, 꽃한송이를 볼 수 있는 삶의 여유를 가지자.
다른 모든것을 치워버린채 신나는 펑크음악이나 랩에 맞추어 함께 몸을 흔들어보자.
슬픈 사랑노래에 한껏 감정을 몰입해보고 슬픔의 눈물도 흘려보자.
이 삭막한 세상에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게 아니라 일탈을 해보자.
이게 사람사는 맛이 아닐까!
가끔씩 감기몸살에 걸려야 삶의 여유를 더 찾을 수 있을 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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