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여행이라도 갔는데,
오늘은 선물을 준비도 못해서 대충대충 넘어가려고
어제 아내가 사온 케익을 일부러 저녁때가 되어서야
뜯으면서 조촐한 기념식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묻는다.
"선물 준비했어? 뭐야?"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찌그러지는 표정을 펴면서,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간적이 없는데, 선물은 무슨..."
머리 속에서는 어제 카드회사에서 진주목걸이 선물하라고 연락이
왔을 때 그냥 눈감고 주문할 걸 거랬나하는 생각이 스친다.
사실 물어봤을 때 와이프가 '진주는 무슨 얼어죽을 ...' 이라길래
믿었더니? 역시 여자는 ...
일단 케익의 불은 끄고.
와이프는 작은방으로 가더니 리본하나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애기 옆에 놓으면서
"포장을 못해서 미안해" 한다.
농담인줄 알고 그제서야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나고
우리 자식이 새삼스럽게 가슴에 가다오는 기분도 들었다.
"아니! 아무리 분위기 돋우려고 농담을 해도 그렇지
어떻게 자식을 선물에 비유하나?"
"아니! 얼마나 어렵게 얻은 자식인데 ...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지. 안그래?"
하긴 맞다. 우리 민성이는 정말 어렵게 낳았지.
삼일만에 낳았으니...
흠!
백수 생활 2개월에 접어드니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심란해지려고
하네요. 이러다가 영원히 애만 보게 되지 않을까 고민도 되구요.
역시 사람은 제 밥벌이를 해야 당닫해질수 있는걸까요?
그래도 오늘 즐거웠습니다.
아내가 고맙고,
물론 항상 고맙게 느끼지만 특별하게 찡한 느낌이 드는 날이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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