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비장한 출사표와 함께.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선임 아키텍트(SW
설계 엔지니어)라는 자리를 박차고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 둥지를 튼
김평철(43) 박사. 둥지를 튼 곳은 국산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인 케이컴스. 이곳에서 그는 그동안 쌓은 기술과 경험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영예롭고 보장된 자리를 스스로 떠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에, 그것도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쟁쟁한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DBMS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데 눈길이 쏠린다. 더구나 그
주인공이 김평철 박사라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김평철이란 이름은 국내 DBMS 분야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름이다. 국내 DBMS 분야의 산증인이자 개발주역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시절, 국산
DBMS의 효시급 제품인 ‘바다’를 개발했던 주역중의 한사람이다.
‘바다’의 핵심 하부 엔진인 ‘마이다스(MIDAS)’가 그의 작품이다.
마이다스는 지금도 대학원생들의 실험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국산 메인메모리DBMS(MMDBMS)의 효시로 꼽히는 ‘플래시(FLASH
1.0)’도 그의 땀이 베어있는 제품이다. 현재 국내 MMDBMS 시장은
국산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가 마련한 발판이 적지않은
역할을 한 셈이다.
1995년부터 충남대 교수를 지내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1999년부터
최근까지 6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선임 엔지니어로 DBMS 개발에
참여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DBMS ‘SQL 서버 2000’과 ‘SQL 서버
2005’의 개발팀에서 데이터마이닝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DBMS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적 기업들과 겨루기에는 벅찬 것이 현실.
전문 개발자도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김평철 박사는 DBMS 개발에만
매달려온, 첫손에 꼽을 만한 DBMS 전문가인 것이다.
그런 그가 돌연 케이컴스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니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보내온 ‘출사표’에서 ‘그동안 제가 쌓아온
경험과 선후배의 도움으로 유니SQL을 국내 및 아시아의 대표적인
DBMS로 만들어 국내에 시스템소프트웨어 기술을 정착시키는 데 혼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 나라의 기반이 되는 기간산업이며 특히
운영체제나 DBMS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국가의 장기적인
기술자립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국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신념아래 그동안 쌓은 경험과 기술로 도전해 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던진 것이다.
비장한 각오와 함께 그가 케이컴스에 둥지를 튼 것은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케이컴스는 국산 DBMS의 보루로 평가되는 기업이다. 10년넘게
국산 DBMS ‘유니SQL’을 지켜온 기업이다. 그리고 ‘유니SQL’은
29살 청년 개발자 김평철이 개발에 참여했던, DBMS와 인연을 맺게
해준 제품이다.
10여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온 유일한 국산 상용 DBMS이지만,
획기적인 도약은 힘에 부쳐왔다.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 정부
프로젝트에 공급되고, 최근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채택되면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김평철 박사의 복귀는 그런 점에서 국산 DBMS의 새로운 도약을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김 박사는 케이컴스의 신임 CTO로서 ‘유니SQL’의 중장기 로드맵을
다시 그릴 계획이다. 그리고 국내 DBMS 전문가들도 규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산 DBMS의 도약을 주도해보겠다는 야심인 것이다.
‘못다 그린 그림’에 ‘화룡점정’을 위해 김평철 박사는 25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다음은 김평철 박사가 이메일을 통해 보내온 메시지다. 출사표인
셈이다.
‘현대 정보사회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 나라의 기반을 조성하는
기간 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 중에서도
운영체제와 DBMS는 다른 모든 소프트웨어 및 그에 기반한 다른 산업이
종속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부문으로서 국가의 장기적인 기술자립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국산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국내의 DBMS 엔진 기술은 ETRI 등 연구소 수준에서
크게 성과를 보았으나, 이 기술력이 산업계에 그대로 이어지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는 국내 산업계의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의
열악함과 외산 제품의 경쟁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바다 DBMS 사업, 메인 메모리 DBMS 엔진 개발 등 DBMS
엔진 기술을 확보하였고, 특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6년 동안
SQL 서버 팀에서 차기 DBMS 제품인 SQL 서버 2005의 개발에
참여하면서, 수백만 고객을 가진 엔진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전과정을 익혔습니다. 저는 물론 단시일 내에 케이컴스의 유니SQL이
오라클,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이길 수 있는 DBMS 엔진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유니SQL은 제품의 원천코드가
젊고 깔끔하여 변경, 확장이 용이하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에
보완이 가능하고, 국산의 장점을 활용하여 보다 밀착된 고객지원
체계를 확립하면 외산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최근의 교육부의 NEIS 사업, 행자부의 정보화마을 사업 등
정부주도의 정보화사업에서 국산 DBMS가 채택되어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케이컴스는 지난 10여년간 DBMS 엔진
기술을 확보하여 왔고, 이제 재도약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는 이에 부응하여 그 동안 제가 쌓아온 경험과 선후배의 도움으로
유니SQL을 국내 및 아시아의 대표적인 DBMS로 만듦으로써 국내에
시스템소프트웨어 기술을 정착시키는 데 혼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아이뉴스24 김상범 기자, 9/22/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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