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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27
"플랫폼에 승부를 걸기 위해 왔다"...김평철 케이컴스 CTO
작성자
정병주(unisql)
작성일
2005-10-26 17:13ⓒ
2006-03-29 21:50ⓜ
조회수
3,095
‘열정은 결코 추상적인 게 아닙니다. 열정만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또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국산 DBMS의 도약’이라는 목표를 안고 돌아온 DB 개발자 김평철 박사. 그는 ‘열정’이란 말을 내내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6년간 수석 엔지니어로 지내면서 가장 크게 감동받은 일도 엔지니어들의 ‘열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 열정이 어떻게 조직을 바꿔가는지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처음 합류했을 때 개발팀의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랄다. 그런데 6년후 그만둘 때 돌이켜보니 그때 그 시스템이 원시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만큼 매일매일 끊임없이 개선돼 왔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개선은 모두 무서울 정도의 열정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바꿔놓은 것들이었다.’

지난 28일 오전, 미국에서 돌아온 지 채 일주일도 안된 김평철 케이컴스 신임 CTO를 만났을 때 그는 한창 직원들과 면담중이었다. 그 면담도 직원들 개개인의 ‘열정’을 확인해보는 자리였다고 강조할 만큼, 그에게 열정이란 반드시 필요한 ‘원천 에너지’였다.

국산 DBMS의 효시 ‘바다’의 핵심 개발자이자, 8년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던 김평철 박사. 마이크로소프트 DBMS 개발팀의 수석 엔지니어 자리를 박차고, 국산 DBMS 개발에 승부를 걸겠다며 돌아온 그를 만났다.

- 돌아온 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지내나.

‘현재 내외부 업무 파악중이다. 직원들을 하나하나 면담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있다. 밖으로는 정부 정책담당자들도 만나고, 옛 동료들도 만나 국내 시장현황 등도 파악해보고 있다. 현재 공개SW 정책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로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고,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다고 들었다. 리눅스 이후 전략적인 플랫폼은 DB가 될 것이다. 정부 담당자를 만났을 때도 그런 얘기를 들었고, 격려와 함께 지원약속도 받았다.’

- 성급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국산 DB ‘유니SQL’이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장에서 갖고 있는 유니SQL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안타깝다. 제품 업그레이드도 그동안 꾸준히 돼 왔는데, 제품의 기술적 기능에 대해 오해들이 많다. 지금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기반 플랫폼으로 적용돼 구축중인데, 호평을 받고있다. 이같은 얘기들은 사실 제품의 이미지를 개선하라는 말로 들렸다.’

- 기술적으로는 자신있다는 얘긴가.

‘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은 있다. 개발자들에게 좀 더 쓰기 쉽고 접근하기 쉽도록 해야 한다. 사실 다른 외산 DB들에 비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쓰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로부터 받는 저항감이 크다. 빨리 해소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지원’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가장 신경쓸 부분이다.’

- CTO가 고객지원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좀 낯설다.

‘고객이 답이다. 기술지원이나 영업파트만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DB 개발자들도 고객과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 고객이 우리 제품 쓰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만들어, 언제든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개발자도 반드시 고객 기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국산 DB가 강점을 보일 수 있다. 국산인데다, R&D 조직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것이 부족했다. 고객요구의 피드백 관리가 많이 떨어졌다. 직원들의 개선의식, 자기혁신, 고객관리 개선 노력이 달라져야 한다.

- MS에서 배운 것인가.

‘그렇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 많이 배운것이 고객관리에 대한 그들의 마인드다. MS에 있으면서 고객들을 한달에 한번은 반드시 만난 것 같다. 인터넷으로는 매일 만났다. 수석 엔지니어였지만, 고객과 만나는 일이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개발자이면서 기술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조직은 어떤 곳인가.

‘내부적으로 팀에 처음 조인했을 때 개발 시스템이 너무도 효율적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6년후 그만둘 때 보니, 그때 그 조직이 원시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만큼 매일 개선돼 왔고, 그런 토양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그런 토양위에 너무도 열정적인 개발자들이 매일 매일 새로워지고 새롭게 바꾸고 있는 조직이었다.’

- 교수를 하다가 갑자기 마이크로소프트에 들어갔다. 이유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학교는 아니었다. 나는 우리나라 SW산업에 공헌하고 싶다. 교수가 처음 됐을 때 은사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총 잘 쏘는 놈이 소총수 해야지, 취사병 하면 되겠느냐’라는 것이었다. 내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은 따로 있다는 말씀이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고, 개발자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하니, 미국에가서 좀 더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계획은 조금 더 있을 예정이었는데,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봤다.’

-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에 대해 얘기할 때, 흔히 플랫폼이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말들 나도 많이 들었다. 아마 이미 대형 외국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것 같다. 일종의 ‘패배감’같은 것도 작용하는 것 같고. 그러나 우리나라 현대가 자동차 산업을 성공한 것을 보라. 그들이 처음 시작할 때 닛산이나 도요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굴지의 자동차 업체가 됐다. 물론 현대가 자동차 산업을 시작할 때 닛산이나 도요타는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국내에 들어와 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발판이 될 국내 시장이 있었고, 그것을 적극 지원해준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현재 국가적으로 리눅스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본다. 그런 것이 없다면, 솔직히 국산 플랫폼의 성공은 개인적인 꿈이 될 수도 있다.

플랫폼 SW 꼭 해보고 싶은, 또 꼭 해야 하는 이유는 플랫폼이 바뀌면 다른 소프트웨어들도 다 국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적으로 패배감이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패배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답도 플랫폼이라고 본다. 최소한 아시아의 SW 대기업이 되려면 애플리케이션으로는 안된다.’

- 플랫폼에 승부를 걸게 된 첫 계기는.

‘ETRI에서 국산 DB ‘바다’를 만들때 하부엔진인 ‘마이다스’를 개발하면서 처음으로 DB와 인연을 맺게됐다. DB의 하부엔진은 거의 운영체제에 준할만큼 복잡한 부분이었다. 당시 책에서만 봤던 이론들을 실제 구현해가고 그것이 실현되는 것을 느끼면서 몰입하게 됐다. 그러다 소개를 받아 유니SQL의 첫 개발자인 김원 박사를 알게 됐고, 유니SQL의 초기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 자신감을 얻었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앞으로 유니SQL의 제품 로드맵을 새롭게 그릴 것으로 아는데.

‘현재 수준에서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과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겠다. 앞서 얘기한 개발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어 하는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앞으로 2년동안 두단계에 걸쳐 제품을 개선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자신있게 ‘일대일로 붙어볼 만 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제품 로드맵은 한달쯤 후 공식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개발인력이 더 확충돼야 하는 것 아닌가.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다. 최소한 10명 정도의 고급인력이 필요하다. 찾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의 개발자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비전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성공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해, 지금 있는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정’이 있는 개발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시장을 바꾸고 산업을 바꾸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이뉴스24 김상범 기자, 10/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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