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유지보수료 과다인상 파장
금융권 "오라클에 꼼짝없이 당할판"
국내 금융권이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DB) 유지보수료 인상요구로 고민에 빠졌다.
신한지주금융회사에 따르면 오라클이 자사의 DB 유지보수 요율을 도입 당시의 3배 가까운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이를 들어줄 경우 상당한 비용부담이 예상되지만 달리 피할 방도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권에는 오라클 이외 사이베이스, 인포믹스, DB2 등 여러 DB제품이 공급됐지만 주류는 오라클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라클 DB의 대체재가 없다. 꼼짝없이 당하게 됐다"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표현했다.
◇경과=오라클 DB제품의 유지보수료 과다인상 논란이 표면화된 것은 올 1월이다. 신한금융지주회사측이 유지보수 무상기간이 만료되고 한국오라클과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려고 한 시점이다.
신한지주측은 오라클 DB 도입 당시 제시된 유지보수 요율인 도입가의 연 8%를 요구했으나 한국오라클측이 본사 차원의 새로운 정책이라며 연 22%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신한지주측은 지난 6월 도입가의 연 12%를 수정안으로 제시하면서 무상보수 만료일로부터 유상계약 체결일까지의 유지보수료를 면제해줄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라클 본사는 이달초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최종 통보하면서, 연 18%를 `중간유예요율'로 제시했다. 당분간 연 18%의 수수료를 받되 일정시점 이후에는 22%로 인상한다는 조건이다. 다만 연 18%의 조건도 은행권에만 해당되며, 굿모닝신한증권 등 은행이외에는 연 22%를 요구했다. 또 무상보수 만료일로부터 유상계약 체결일까지의 유지보수료는 소급해 받겠다는 입장도 아울러 전달했다.
◇신한지주의 고민=신한지주측은 현재 3가지 방안을 모색중이다. 첫째는 오라클 DB제품을 납품하는 판매대리점(FLS; First Line Support) 지정사와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이다. FLS와 유지보수 계약을 하면 연 12~15%를 유지보수료로 지급하게 된다. 하지만 FLS의 유지보수 서비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고, FLS는 제품 업그레이드 서비스 권한이 없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둘째는 한국오라클과 직접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비용이 비싼 대신 서비스의 질은 보장된다. 단, 출장비는 한국오라클과 FLS지정사 모두 시간당 13만5000원으로 동일하다.
셋째는 지원분야별로 한국오라클과 FLS사를 선택해 계약을 하는 방안이다. 중요성이 큰 시스템은 한국오라클과 직접 계약을 하고, 그외의 시스템은 FLS사와 계약하는 것으로 비용부담을 최대한 줄이면서 핵심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현재 이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은행권으로 파장 확산될 듯=오라클과 신한지주간의 유지보수료 갈등은 앞으로 국내 다른 금융회사로 확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이 금융권 전체로 유지보수 요율을 인상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최근 오라클 DBMS를 도입키로 잠정 결정한 외환은행은 "한국오라클로부터 유지보수료 인상과 관련한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신한지주과의 문제에 관한 내용을 파악해 본 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은행 관계자는 DB제품의 연간 유지보수 수수료가 도입가의 8%에서 18%로 갑자기 10%P나 인상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은행시스템의 특성상 다른 회사의 DB로 교체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지어 같은 오라클의 DBMS인 8i에서 9i로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은행으로서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